마르스 이야기

[스크랩]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초코 얘기예요.

말스맘 2014. 3. 13. 03:03

여기는 비가 참 추적추적 많이 옵니다..

 

오늘 아니 어제군요. 아들내미 병원 가는 날이었어요. 갈 때는 비가 안 왔어요.

대기실 한쪽에서 한 아주머니가 눈물 그렁한 눈으로 마르스를 쓰다듬네요..

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뭔가 분위기가.. 좀 많이 아픈 아이 보호자구나 생각했는데...

안락사를 결정한 직후였어요.

이름은 초코.. 8살 밖에 안 된 코코스파니엘인데, 이미 폐에 피가.. 코로 입으로..

처음 간 병원의 오진으로 늦게 발견된 심장병..

그래도 1년 이상을 함께 했는데 그 마지막이 온 거였어요..

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너무 많이 울어버렸네요.. 다른 분들은 제가 견주인줄 알았을 거예요..

 

잠시 후 아주머니 따님이 오시고, 따님이 임신 4개월이래요. 첫 아이도 잘못된 상황이라 아주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는데 많이 우셨어요.

원장님과의 상담과 눈물과 여기저기 전화 통화와...

 

산소방에서 숨을 헐떡이던 초코가 나왔어요. 

주인들을 보니 더 헐떡이고,, 근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힘이 없어 보이고 그러진 않았어요. 물론 짧은 순간 본 것 뿐이었지만...

마르스는 개들을 별로 좋아하지 않아요. 사람한테도 개들한테도 시크할 따름인데..

초코가 킁킁하며 얼굴을 마르스에게 가까이 댑니다. 마르스 가만히 눈을 지긋이 깜빡이네요.. 마르스는 안락사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거든요. 초코는 몰랐을 거고.. 물론 우연한 그림이겠지만 가슴이 더 먹먹해지더라구요..

 

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 원장실로 전화가 옵니다. 그때 저는 마르스를 안고 상담 중이었어요. 원래는 상담중엔 개와 견주를 분리해 두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그래선지 저보고 안고 있으라고 하더라구요. 원장님이 오케이 사인을 하는 것 같았어요. 그렇게 시작됐나봐요.  

하필 그때부터 비가 오네요.. 추적추적...

통곡 소리가 들립니다.. 처음 보는 초코였지만 주인을 보고는 집에 가자는 듯 꼬리를 흔들며 문을 향해 서 있던 모습이 자꾸만 안 지워집니다.

또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대기실은 견주분들의 통곡으로 차마... 아주머니는 거의 탈진할 것 같았어요.

마지막으로 아이의 얼굴을 보겠냐고 물으니 따님은 도저히 못 보겠다고 하고, 어머님은 성큼성큼 다시 들어가십니다. 그러고는 오열이 다시 시작됐어요. 한참을요.. 모두가 울었어요. 간호사분들도.. 서로 얼굴 마주치면 더 우니깐 각자들 눈들을 피하며 울고 또 울고..

 

마지막으로 원장님이 고운 박스를 안고 빗속을 뚫고 차까지 가 주시더라구요..  

화장장까지는 꽤 멀리 가야한대요.

 

그러고는 여긴 하루종일 비가 오네요..

 

오후 늦게, 원장님이 문자를 주셨어요.

초코 잘 갔다는 문자를 견주분들이 원장님께 보낸건데 내가 너무 많이 울었더니 원장님이 나한테도 보내주셨더라구요..

그러고는 이런날은 죄인이 된 것은 슬픔과 죄송함이 마음 속 깊이 파고든다고 하시더라구요. 왜 안 그렇겠어요..

초코는 선천적인 이유도 있었대요.. 글고 집에 산소방 설치하고 산소 발생기 대여하면 조금은(얼마가 될 지는 모르지만) 더 살 수도 있대요. 근데 여러가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나보더라구요.. 그냥 두면 초코가 많이 아파서 힘들대요..

 

전 혼자서 집에서 맥주 한 잔 했어요.

비도 오고, 또 처음 본 초코지만 그 맑은 눈을 봤기에... 명복도 빌어주고 싶고..

   

출처 : 나이든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아가기
글쓴이 : 말스맘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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